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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좀비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

by 오봐정 2025. 5. 1.

제6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부산행>

감독 : 연상호

주연 : 공유, 마동석, 정유미, 김수안, 최우식, 안소희

 

영화 '부산행' 포스터

 

 

줄거리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바쁜 업무와 이혼 후의 현실 때문에 어린 딸 수안(김수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냉담한 아버지다. 어느 날, 수안이 생일을 맞아 엄마가 있는 부산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석우는 어쩔 수 없이 KTX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탑승자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진다.

 기차가 출발하기 직전 감염된 여성 한 명이 탑승하면서 열차 내부는 순식간에 좀비 바이러스의 지옥으로 변한다. 감염자는 엄청난 속도로 퍼지고, 승객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석우는 임산부 성경(정유미)과 그의 남편 성화(마동석), 고등학생 연석(최우식)과 그의 연인 진희(안소희), 노인 자매 등 다양한 인물들과 함께 연대하거나 대립하게 된다.

 열차가 남쪽으로 향할수록 안전하다는 희망은 점차 무너지고, 정부와 군대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버려진 사람들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석우는 이기적인 본능을 거듭하다가 결국 딸을 위해 희생하는 진정한 부성애를 보여준다.

 

등장인물 간의 관계

 석우(공유)와 수안(김수안) : 이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은 석우와 그의 딸 수안의 관계다. 초반 석우는 딸의 말조차 제대로 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며 차가운 인물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그는 점차 변화하고, 수안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들의 관계는 재난 속에서도 사랑과 가족의 회복 가능성을 상징한다.

 상화(마동석)와 (성경)정유미 : 든든한 체격과 행동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희생하는 상화와 그의 아내 성경은 대조적으로 안정적이고 따뜻한 관계를 보여준다. 상화는 타인을 위한 희생정신의 아이콘이며, 후반부에서 감염된 뒤에도 끝까지 타인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

 용석(김의성) : 기업의 고위 간부로 등장하는 그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악역의 전형이다.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잔혹하게 표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석우가 점차 이기심을 버리고 변화해 가는 것과는 반대로, 용석은 끝까지 변하지 않으며 파국에 이른다.

 연석(최우식)과 진희(안소희) : 고등학생 커플인 이 둘은 젊음과 순수함을 상징하며, 극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지키려 애쓰는 모습으로 감정을 자극한다. 그러나 진희가 죽고, 그를 따라 감염된 연석이 목숨을 버리는 장면은 잔인한 현실의 냉혹함을 드러낸다.

 

결론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수안과 성경뿐이다.. 석우는 좀비에게 물린 후 자신이 감염될 것을 예감하고 기차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 순간 수안은 아빠 가지 마라고 울부짖으며 끝내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생존자는 부산의 터널을 걸어가다 군인을 마주하게 된다. 군인은 그들이 감염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저격을 준비하지만, 수안이 아빠가 가르쳐준 노래 ‘Aloha’를 부르며 울음을 터뜨리자, 감정적으로 반응한 군인은 발포를 멈춘다. 이 장면은 희망과 감정, 인류애가 아직 남아있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추천 이유

 영화 '부산행'은 한국 좀비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장르적 완성도와 스릴, 사회적 메시지, 캐릭터의 감정선까지 적절히 균형을 이룬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단순한 좀비 액션물이 아닌, 위기 속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성과 이기심, 연대와 희생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또한 영화의 배경이 이동하는 기차라는 점은 공간적 제약이 극한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좁은 통로와 객차 안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도주는 보는 이에게 강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연상호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다져온 서사적 힘과 현실 감각을 실사 영화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공유, 마동석, 정유미, 김의성 등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공유는 초반의 냉혈한 아버지에서 감정적으로 변화하는 인물로 설득력을 가지며, 마동석은 그 자체로 대중적 영웅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부산행'은 엔터테인먼트와 사회비판을 절묘하게 결합한 한국형 재난 영화의 모범이자,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킨 계기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과 선택, 공동체의 윤리적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