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 신인여우상 수상
<오아시스>
감독 :이창동
주연 : 설경구, 문소리
주요 줄거리
<오아시스>는 사회의 그늘 속에 위치한 두 소외된 존재가 서로를 통해 인간적인 온기와 존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한 번 보면 모두들 입을 모아 명작이라고 말한다. 출소한 전과자 종두(설경구)는 음주운전 뺑소니로 복역하고 나온 후, 피해자의 집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그는 중증 뇌병변 장애를 지닌 공주(문소리)를 만나게 되고, 이들의 인연은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깊어져 간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과 연민으로 시작된 종두의 방문은 점차 공주와의 내밀한 정서적 교감을 통해 사랑으로 번진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진심어린 사랑의 관계는 가족과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곡해되고, 왜곡된 시선 속에서 더욱 고립된다. 특히 종두는 공주의 집에 무단 침입한 혐의로 체포당하고, 공주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현실에 갇힌다.
영화는 현실의 벽과 개인의 진심이 얼마나 불화하는지를 보여주며,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공주의 시점에서는 날아다니는 새가 되고, 정상적인 몸으로 종두와 춤을 추는 환상 장면이 반복된다. 이 장면들은 그녀가 얼마나 절박하게 삶의 생기와 연결을 갈망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시적 장치다.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종두는 세상에서 버려진 존재다. 그의 가족조차 그를 꺼리고, 사회는 그를 잠재적 범죄자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정직하게 공주를 사랑한다. 공주는 외견상 움직일 수 없고 말도 불분명하지만, 내면은 누구보다 강한 자아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몸은 불완전하지만 마음으로는 누구보다 온전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공주의 가족은 그녀를 단지 ‘짐’으로만 여긴다. 그녀의 오빠와 형수는 공주의 연금과 지원금에만 관심이 있으며, 공주의 인간적인 욕망은 터부시된다. 이들의 무관심과 폭력성은, 종두가 보여주는 따뜻한 시선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결론
종두는 결국 다시 감옥에 갇히고, 공주는 이전보다 더 철저히 고립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공주가 거울 앞에서 스스로 화장을 하며 종두를 기다리는 모습은, 단지 비극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갔던 감정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으며, 공주는 종두와의 사랑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재확인한다.
추천 이유
<오아시스>는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창동 감독 특유의 시선이 빛나는 작품이다. 장애와 전과, 가족과 사회, 사랑과 욕망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피해가지 않고 직시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시켜준다. 문소리의 연기는 충격적일 정도로 사실적이고 절절하며, 설경구는 연민과 죄책감, 애정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가히 베니스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할 정도의 연기력과 사실성을 보여주며 한국영화 중 명작이라고 꼽힐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