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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리뷰, 기생충-봉준호 감독

by 오봐정 2025. 4. 22.

국제 영화제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린 영화들

<기생충>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제92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외 4관왕

감독 : 봉준호
주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영화 '기생충' 포스터

 

 

주요 줄거리

 <기생충>은 사회적 계층 구조 속 빈부 격차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강렬한 은유와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전형적인 하층민 가정의 모습을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 기택(송강호), 어머니 충숙, 아들 기우, 딸 기정은 모두 무직 상태로, 박스 접기와 같은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그러던 중 기우는 친구의 소개로 상류층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의 언변과 눈치로 인해 가족 구성원들이 하나둘씩 박 사장 가족의 집안일을 맡게 된다.

 기우는 동생 기정을 미술 치료사로 추천하고, 기정은 집요하고 교묘한 연기로 순식간에 박 사장의 부인 연교를 설득한다. 이어서 기존 가정부 문광과 운전기사도 교묘한 함정을 통해 쫓아내고, 부모까지 박 가의 고용인으로 스며든다. 이 과정에서 기택 가족은 마치 상류층의 기생충처럼 그들의 일상에 흡착하며 점점 욕망의 깊은 늪에 빠져든다. 그러나 박 사장 가족이 캠핑을 떠나고, 빈집에서 기택 가족이 들뜬 연회를 벌이던 중, 쫓겨난 가정부 문광이 다시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국면으로 전개된다.

 문광은 지하 벙커의 존재를 밝히며, 그곳에 남편 근세가 오랫동안 숨어 살고 있음을 고백한다. 지하 공간은 상류층조차 인식하지 못한 '더 아래의 세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계층 구조의 극단을 상징한다. 두 가족의 숨 막히는 대치, 그리고 이후 박 사장 집에서 열린 생일파티에서 벌어지는 참극은 폭력과 분노, 슬픔과 허무를 한꺼번에 휘몰아치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기택 가족은 영화의 중심에서 현실의 불안정한 노동과 생존을 상징한다. 그들은 똑똑하고 유쾌하며, 치밀하기까지 하지만, 기회가 박탈된 사회 구조 안에서는 정당한 방식으로 성공할 수 없는 한계에 처해 있다. 기우는 꿈을 꾸는 청년이지만 가짜 대학 증명서를 만들어야만 과외 자리를 얻을 수 있었고, 기정은 야망이 있지만 체계 밖에서는 오직 위장과 속임수를 통해서만 인정받는다.

 반면, 박 사장 가족은 무해하고 착해 보이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나 공감 능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연교(조여정)는 순진하면서도 경계심 많은 전형적인 상류층의 아내이고, 박 사장은 정중하지만 명확히 선을 긋는 인물이다. 그는 냄새를 통해 계층적 경멸을 은근히 드러내며, 그 무심한 태도가 기택의 분노를 야기한다. 지하실에 숨어 살던 근세 부부는 더 밑바닥의 존재로, 박 가족도, 기택 가족도 외면했던 또 다른 소외층이다. 그들의 등장은 기생충이라는 제목이 사실은 누구에게 해당되는지를 되묻는 역설이기도 하다.

 

 

결론

 생일파티에서 벌어진 근세의 칼부림, 기정의 죽음, 그리고 기택이 충동적으로 박 사장을 살해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구축해 온 긴장과 사회적 폭력의 정점을 드러낸다. 그 순간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억눌린 계층 분노의 폭발이자 존엄을 짓밟히는 감각에 대한 본능적 반응이다. 이후 기택은 도망쳐 지하실에 숨고, 경찰은 그를 찾지 못한다.

 기우는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뒤 기정의 묘소를 찾으며, 언젠가는 돈을 많이 벌어서 아버지가 갇혀있는 그 집을 사서 아버지를 구출하겠다는 계획을 꿈꾼다. 하지만 카메라는 냉혹한 현실로 돌아온다. 기우의 상상은 지하실에서 꾸고 있던 망상에 가까운 꿈일 뿐, 실제로 기택이 지하실에서 나올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 열린 결말은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응축한다. 계층 이동의 환상은 허상일 수 있으며, 우리 사회의 구조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뼈아픈 현실을 일깨운다.

 

 

추천이유

 ‘기생충은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출과 날카로운 사회 풍자가 결합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블랙코미디, 스릴러, 드라마, 가족 영화의 틀을 모두 품으면서도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은 작은 세트 안에 계층 구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지하>반지하>1층>옥상으로 이어지는 공간 배치를 통해 한국 사회의 숨겨진 위계를 시청각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정밀한 톤을 지탱하는 축이다. 송강호는 분노와 체념, 절망과 사랑 사이를 넘나들며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흡입력 있게 그려냈고,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최우식 등도 캐릭터의 특성과 사회적 함의를 풍부하게 체화했다. 특히 냄새라는 단어 하나로 폭력의 실체를 암시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미학과 메시지를 집약한 명장면이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전 세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국 사회 특유의 현실성을 담아낸 드문 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 계층 이동의 불가능성, 타인에 대한 무관심 등 복합적인 메시지는 단지 한 나라의 이야기를 넘어서, 인류 전체에 울림을 주었다. 이 영화가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게 된 데에는 단순한 연출 기교를 넘어선, 진실한 문제의식과 탁월한 완성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영화를 넘어 사회를, 인간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고전이자, 앞으로도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한국 영화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하여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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