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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캐스팅 비화와 흥미진진한 등장인물 TMI

by 오봐정 2025. 10. 22.

2024년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킨 퀴어 휴먼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시리즈물로 개봉되기도 했지만 영화로도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소설가 박상영의 동명 소설 중 '재희' 에피소드를 각색하여, 눈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를 두는 법에 익숙한 성소수자 흥수(노상현)가 동거하며 겪는 특별한 우정과 연대를 그렸습니다. 화려하고 고독한 대도시 서울을 배경으로, 성적 지향을 넘어선 두 청춘의 깊은 교감과 흥수가 어머니의 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했습니다. 원작의 솔직함과 배우들의 빛나는 케미스트리가 어우러져 '2024년 최고의 청춘 영화'로 극찬받은 작품입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

 

 

 

대도시의 사랑법 (Love in the Big City, 2024)

감독 : 이언희

주연 : 김고은, 노상현, 장혜진

 

이성애와 동성애, 우정과 가족애의 경계에 서있는 등장인물 소개

'대도시의 사랑법'은 세 인물의 극명한 대비와 교차를 통해 도시 속에서 사랑과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청춘의 복잡성을 그려냅니다. 김고은 배우가 연기하는 구재희는 영화의 화자이자 중심축으로,, 타고난 자유로운 영혼과 거침없는 입담을 가진 대학생입니다. 그녀는 이성애자이지만, 룸메이트 흥수의 성 정체성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그의 가장 가까운 조력자가 됩니다. 그녀의 밝고 쿨한 태도 이면에는 쉽게 채워지지 않는 대도시의 외로움이 숨겨져 있으며, 흥수와의 깊은 연대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려 합니다. 노상현 배우의 장흥수는 재희의 룸메이트이자 성소수자로,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깊은 거리를 두는 인물입니다. 어머니의 병환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고통 속에서, 그는 늘 위태롭고 불안정합니다. 영화는 그의 섬세하고 여린 내면을 밀도 있게 따라가며,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용기를 얻게 되는 성장의 서사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장혜진 배우가 맡은 흥수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자신의 종교적 신념 사이에서 극한의 갈등을 겪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흥수의 정체성을 애써 외면하지만, 병마와 싸우면서도 아들을 향한 모성애를 끝내 놓지 못하며,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가족애와 희생을 상징하는 중요한 축을 담당합니다. 이 세 인물의 서로 다른 형태의 '사랑법'이 영화의 깊은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캐스팅 비화: 이언희 감독의 1년 반에 걸친 집념과 운명적인 만남

'대도시의 사랑법'의 캐스팅은 특히 흥수 역을 찾는 과정에서 이언희 감독의 깊은 집념과 끈기가 발휘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감독은 소설 속 흥수가 가진 '차갑지만 순수하고, 세상과 거리를 두는 듯하지만 속은 여린' 복합적인 이미지를 구현할 배우를 찾는 데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을 쏟았습니다. 캐스팅이 난항을 겪던 중, 감독은 애플 TV+TV+ 드라마 '파친코'에서 노상현 배우의 연기를 보고 "바로 저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합니다. 흥수가 가진 '설익은 듯하면서도 신선한' 매력이 노상현에게 완벽하게 녹아있다고 느낀 것입니다. 감독은 노상현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한 후, 그를 만나러 온 자리에서 "문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같이 하고 싶었다""화장실 앞까지 따라가서 '해주실 거죠?'라고 질척거렸다"는 일화를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재희 역의 김고은 배우는 이 영화의 원작 팬이었으며,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다름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메시지에 매료되어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김고은 배우는 노상현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머, 딱이다! 어디서 이런 흥수 같은 사람을 찾았을까?"라고 반응하며 캐스팅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감독과 배우들이 서로에게 운명적인 확신을 가졌던 캐스팅 비화는 두 배우의 완벽한 '절친 바이브' 케미스트리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재희(김고은)가  늘 어깨에 메고 다니는 낡은 데님 백의 정체

재희 캐릭터의 TMI는 그녀가 극 내내 어깨에 메고 다니는, 군데군데 해지고 색이 바랜 '오래된 데님 소재의 빅 백(Big Bag)'에 담겨 있습니다. 이 가방은 그녀의 '정착하지 않는 자유로움''모든 것을 수용하는 관용'을 상징하는 핵심 소품입니다. 재희는 이 가방 안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 외에도, 영이 급하게 맡긴 쪽지, 잃어버린 소지품, 심지어 전 애인에게 받은 쓸모없는 선물까지도 털어 넣고 다닙니다. 김고은 배우는 이 가방의 무게감을 조절하며 재희의 심리 상태를 표현했다고 전했습니다. 가방이 무거워질수록(짐이 많아질수록) 재희는 현실의 무게를 느끼고, 가볍거나 비어있을 때는(모든 것을 비우고 떠날 준비가 되었을 때) 자유분방함이 극대화됩니다. 이 데님 백은 사실 재희가 프랑스 유학 시절, 거리의 구제 마켓에서 구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그녀가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겠다'라고 다짐한 순간부터 늘 함께한 '자유 선언문'과 같습니다. 이언희 감독은 이 가방이 "대도시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이 짊어진 삶의 모든 짐과 추억을 포용하는 재희의 넓은 마음"을 시각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재희가 이 가방을 메고 영의 복잡한 연애사를 뒤처리해 주는 장면은, 그녀가 영에게 얼마나 헌신적이고 포용적인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디테일입니다.

 

 

흥수(노상현)가 타인과의 거리를 설정하는 '무채색' 방어 기제

흥수 캐릭터의 TMI 중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그가 고수하는 '철저한 무채색 의상''특정 향수' 사용입니다. 흥수는 극 중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세상과 거리를 두려 합니다. 그의 옷장은 검은색, 흰색, 회색 등 무채색 계열로만 채워져 있으며, 이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그의 방어 기제를 상징합니다. 노상현 배우는 이 무채색 의상이 흥수의 '고독''정체성 은폐'를 시각화한다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흥수가 유일하게 집착하는 것은 프랑스 니치 브랜드의 '오래된 가죽 노트' 향이 나는 향수입니다. 이 향수는 흥수가 자신의 연인을 만날 때만 사용하며, 흥수에게는 '안전한 관계''자신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상징합니다. 그는 이 향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완전히 개방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익스텐디드 컷에서는 흥수가 중요한 데이트 직전,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옷장 깊숙한 곳에 숨겨둔 이 향수를 조심스럽게 꺼내 뿌리는 장면이 강조됩니다. 이 무채색 의상과 대조되는 ''에 대한 집착은, 겉으로는 세상과 단절하려 하지만 내면으로는 진정한 사랑과 연결을 갈망하는 흥수의 이중적인 심리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주요 디테일입니다. 이는 그가 유일하게 허용하는 '숨겨진 자기 고백'의 언어인 셈입니다.

 

 

흥수 어머니(장혜진)의 성경책 속 마른 꽃잎의 비밀

흥수 어머니(장혜진)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아들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갈등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보수적인 어머니상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캐릭터 TMI는 그녀가 늘 끼고 다니는 성경책 속에 숨겨진 '말라버린 카네이션 꽃잎'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꽃잎은 흥수가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자신의 용돈으로 사서 어머니에게 드렸던 카네이션에서 나온 것으로, 흥수 어머니에게는 '아들의 순수했던 시절''어머니로서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상징합니다. 그녀는 흥수의 정체성을 접한 이후, 이 꽃잎을 성경책의 가장 엄격한 구절 사이에 몰래 끼워 넣으며, '신앙''모성애' 사이에서 고뇌합니다. 꽃잎을 엄격한 구절 사이에 숨기는 행위는 그녀가 아들을 향한 무조건적인 모성애를 종교적 신념으로 억압하려는 무의식적인 시도입니다. 장혜진 배우는 이 꽃잎을 만지작거리는 미세한 손동작을 통해, 아들을 향한 미안함과 고통스러운 심리적 방황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흥수 어머니가 병실에서 힘없이 잠든 흥수를 보며 성경책을 펼쳤다가 꽃잎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아들의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그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본능이 신념의 벽을 허무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이 마른 꽃잎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용서와 포용'의 메타포이자, 흥수 어머니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랑의 투쟁을 보여주는 핵심 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