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학시절 건축학개론이라는 교양 수업에서 만나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공유했던 승민과 서연이 15년 후 건축가와 의뢰인으로 재회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영화입니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첫사랑의 아련함과 아쉬움을 섬세하게 그려내, 한국 영화계에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킨 명작입니다.

건축학 개론 (Architecture 101, 2012)
감독 : 이용주
주연 :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영화 요약 : 15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첫사랑의 건축
30대 중반의 건축가 승민(엄태웅)은 어느 날 갑자기 15년 전 헤어졌던 첫사랑 서연(한가인)으로부터 제주도의 낡은 집을 새로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서연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던 승민의 일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영화는 현재의 건축 프로젝트를 축으로 하여, 15년 전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1990년대 중반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과거의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과 1학년 복학생으로, 서연(수지)을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나게 됩니다. 서연은 서울로 전학 온 피아노과 학생으로, 다소 촌스럽고 순진했던 승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며 둘만의 풋풋한 시간을 공유합니다. 승민은 서연에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고, 사소한 오해와 망설임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한 채 어긋나고 맙니다. 현재의 승민은 서연과 함께 제주도 집 건축 작업을 진행하며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되살리고,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과거와 현재의 감정들이 교차하며, 두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을 맞이하지만, 현실적인 벽과 이미 달라진 시간 속에서 각자의 자리를 인정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름다운 완성'을 향해 나아갑니다. 영화는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첫사랑의 기억과 상실의 정서를 섬세하게 건축해 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남자 주인공 이승민(이제훈/엄태웅 분) - 망설임과 후회의 건축가
이승민은 '망설임의 아이콘'이자, 첫사랑의 기억에 갇혀 현재를 사는 대부분의 평범한 남성을 대변하는 캐릭터입니다. 과거의 승민(이제훈)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지독히 서툰 순진한 건축학도였습니다. 서연에 대한 설렘과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사소한 오해와 자신의 소심함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침묵하거나 도망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제훈 배우는 과거 승민의 풋풋함과 불안함을 자연스러운 눈빛과 어색한 몸짓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냈습니다.. 이러한 '망설임'은 결국 첫사랑을 놓치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됩니다. 현재의 승민(엄태웅)은 15년의 세월 동안 안정된 가정을 꾸리려 노력하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풋풋했던 첫사랑의 후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엄태웅 배우는 현재 승민의 무덤덤함 속에 숨겨진 씁쓸함을 특유의 절제된 연기로 표현합니다. 그는 서연과의 재회 후에도 과거의 소심함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이는 관객들에게 '나의 과거와 현재'를 투영하게 만드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승민을 가장 현실적인 첫사랑의 주인공으로 완성시킵니다.
여자 주인공 양서연(수지/한가인 분) - 솔직함과 상실을 지닌 의뢰인
양서연은 '솔직함과 상실감'이라는 양가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영화의 서사를 움직이는 동력입니다. 과거의 서연(수지)은 서울에서 온 맑고 솔직한 학생으로, 당시의 승민과는 달리 자신의 감정과 관심사를 숨기지 않고 드러냅니다. 그녀의 적극성은 소심한 승민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었지만, 그 솔직함과 거리낌 없는 태도는 때때로 승민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수지 배우는 과거 서연의 청량하고 꾸밈없는 매력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며'국민 첫사랑'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이는 영화의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재의 서연(한가인)은 차분하고 어딘가 모르게 외로워 보이는 30대 여성입니다. 그녀는 고향 제주도에 다시 돌아와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는 과정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의도를 지닙니다. 한가인 배우는 서연의 현재적인 상실감과 아련함을 깊이 있는 눈빛으로 표현합니다. 그녀가 승민에게 의뢰한 집 건축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15년 전 멈춰버린 두 사람의 시간을 다시 건축하고 싶은 무의식적인 갈망을 상징합니다. 서연의 서사는 첫사랑의 기억을 현재까지 짊어지고 사는 여성의 복잡하고 섬세한 내면을 보여줍니다.
감초 조연 납득이(조정석 분) - 청춘의 솔직한 대변인
납득이(조정석)는 이 영화의 결정적인 코믹 코드이자, 승민의 곁에서 청춘의 사랑을 가장 솔직하고 거침없이 대변하는 친구입니다. 납득이는 승민의 연애 상담사 역할을 자처하며, 풋사랑에 빠진 승민에게 '기술'과 '직진'을 외치는 인물입니다. 그의 대사는 90년대 대학생들의 무의식과 유머를 반영하며, 다소 답답하게 전개될 수 있는 승민의 서사에 폭발적인 활력과 웃음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어떡하지 너?"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그의 거침없는 조언들은, 사랑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승민에게는 잔소리였지만, 관객들에게는 자신들의 서툰 청춘을 해학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장치였습니다. 조정석 배우는 납득이 역을 통해 능글맞으면서도 순수한 친구라는 양면적인 매력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영화의 주연들 못지않은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습니다. 납득이의 캐릭터는 영화가 멜로 장르를 넘어 청춘 코미디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며, '사랑 앞에서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영화의 숨겨진 교훈을 가장 시끄럽고 유쾌하게 전달하는 핵심적인 조연입니다.
조연 양서연의 어머니 (김동주 분) - 기억과 삶의 뿌리
양서연의 어머니(김동주)는 직접적인 등장 빈도는 낮지만, 서연의 삶과 영화의 주제인 '집'과 '기억'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조연입니다. 서연이 승민에게 낡은 집을 새로 지어달라고 의뢰한 결정적인 이유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집을 팔지 못하고 과거의 기억과 함께 남겨두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존재는 곧 서연의 뿌리이자, 돌아가야 할 고향을 상징합니다. 그녀가 살았던 낡은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서연이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과거의 모든 추억이 담긴 시간의 저장소입니다. 서연의 어머니가 집을 지키고 싶어 했던 마음은, 결국 서연이 승민과의 첫사랑 기억까지도 허물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간직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일맥상통합니다. 김동주 배우는 어머니 역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제주도민 특유의 강인한 정서를 보여주며, 영화의 배경인 제주도의 흙과 바람 같은 정서적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어머니와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영화는 '첫사랑은 지나가지만, 그 추억은 우리가 살아갈 공간 속에 영원히 건축된다'는 깊은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그녀의 캐릭터는 서연의 현재와 과거를 잇고, 승민에게 건축가로서의 근원적인 소명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