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구출의 경계를 섬세하게 묘사한 재난 영화의 수작
2016년 개봉
<터널>
감독 : 김성훈
주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주요 줄거리
자동차 영업 부장인 정수는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가장이다. 어느 날 중요한 계약을 위해 출장을 다녀오던 그는 한적한 산길 터널을 지나던 중 터널 붕괴 사고를 당하게 된다. 휴대전화 한 대, 생수 두 병, 딸의 생일 케이크 한 조각만 남긴 채 그는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 속에 갇힌다. 구조대는 빠르게 투입되지만, 붕괴의 규모가 크고 내부 구조가 불분명해 구조는 지연된다. 초기에는 사회의 관심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진다. 정수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의 아내 세현은 남편을 믿고 끝까지 기다리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사회 시스템의 무능함은 구조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영화는 생존을 향한 인간의 본능과 사회의 무관심, 그리고 한 개인의 의지와 가족의 사랑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주인공 정수와 그의 아내 세현은 깊은 유대감을 가진 부부다. 정수는 생존을 위해 고립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세현은 외부에서 그를 기다리며 구조 작업을 독려한다. 두 사람은 물리적으로 단절된 상태지만 서로를 향한 신뢰와 사랑이 영화를 관통하는 감정선이 된다. 구조대장 대경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구조 작업을 이끄는 인물로, 세현과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며 정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구조를 둘러싼 정치인, 언론인, 정부 관계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구조의 우선순위를 판단한다. 이들은 정수의 생명을 중심으로 연결되며, 각자의 입장에 따라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결말
수십 일 간의 고립 끝에 정수는 기적적으로 구조된다. 구조대는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무너진 터널의 반대편에서 진입로를 확보하며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정수는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하지만, 딸의 생일 케이크를 아껴먹으며 버텨낸다. 세현 역시 남편의 생존을 굳게 믿고 끊임없이 언론과 정치권에 호소하며 구조 작업을 이어나간다. 영화는 구조가 완료되는 순간, 생존자 정수가 햇빛을 다시 마주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 해피엔딩은 단지 기적에 불과하며, 영화는 그 과정에서 드러난 사회 시스템의 결함, 언론의 무책임, 정치적 계산 등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구조가 늦어진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습, 그리고 구조 후에도 자신들의 실책을 감추려는 당국의 태도는 관객에게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추천 이유
영화 '터널'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라, 재난 속에서 드러나는 사회의 민낯과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하정우는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의 연기를 통해 절망과 공포, 희망을 오가는 복잡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배두나는 남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굳건한 의지를 잃지 않는 아내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며 극에 깊이를 더한다. 영화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다운 선택과 공동체의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특히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연출, 인물 간의 갈등과 연대, 그리고 구조 과정에서의 긴장감은 관객에게 강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사회적 시스템의 허점을 고발하면서도, 결국 인간적인 연대가 승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영화로서, 다시금 우리 사회의 구조와 가치관을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