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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영화 추천, 미나리-정이삭 감독

by 오봐정 2025. 4. 30.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윤여정)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언 대상&관객상 수상

<미나리>

감독 : 정이삭

주연 :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영화 '미나리'포스터

 

 

주요 줄거리

 ‘미나리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삶을 조명하며, 디아스포라의 정체성과 가족 간의 유대, 생존과 희망의 이야기를 섬세하고도 따뜻하게 풀어낸 영화다.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는 제이콥(스티븐 연)은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그는 자신의 땅에서 한국 채소를 재배해 판매하는 꿈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소유하고 있는 척박한 땅, 불안정한 경제 상황, 그리고 아내 모니카(한예리)와의 갈등은 이민 생활의 낭만보다는 현실적인 무게감이 부각된다. 모니카는 불편한 이동식 주택과 의료시설이 부족한 환경에 불만을 품고, 특히 심장병을 앓는 어린 아들 데이빗의 건강을 염려한다. 그러던 중 모니카의 어머니 순자(윤여정)가 한국에서 건너와 이들과 함께 살게 되며 가족의 역학은 미묘하게 변화한다. 순자는 손자들에게는 낯설고 다소 엉뚱한 존재지만, 그녀의 유쾌함과 뿌리 깊은 정체성은 이 가족에게 중요한 감정적 연결고리가 되어 간다.

 영화 후반, 제이콥은 자신의 작물을 본격적으로 납품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바로 그 시점에 순자가 실수로 불을 내 작물 창고가 모두 타버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꿈과 희망이 불타버린 듯한 절망 속에서 가족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며 진정한 의미의 뿌리와 삶의 기반을 되새기게 된다.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제이콥과 모니카는 한국적인 가족관을 지닌 전형적인 부부지만, 미국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현실 인식으로 충돌한다. 제이콥은 꿈과 자립을 중시하며 아칸소 생활에 희망을 걸지만, 모니카는 자녀의 안정과 건강을 우선하며 현 상태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들의 갈등은 이민자 가족들이 겪는 꿈과 현실의 괴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반면 순자와 손자 데이빗의 관계는 이 영화의 정서적 중심축을 형성한다. 순자는 기존의 할머니상과는 다른 인물로, 욕을 하고 장난을 치는 유쾌하고 자유로운 성격이지만, 데이빗과는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특히 데이빗이 순자의 손을 잡고 미나리가 자라는 곳으로 이끄는 장면은 이 세대 간의 사랑과 연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남을 알 수 있다.

 

결론

 영화의 결말에서 제이콥과 모니카는 마침내 함께 미나리가 자라고 있는 개울가를 바라본다. 불에 타버린 농작물은 실패를 상징하지만, 순자가 몰래 심은 미나리는 물가에서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이 미나리는 외래종이지만 미국의 땅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을 상징하며, 이민자 가족이 낯선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결국 미나리는 삶의 목적이 외부의 성공이 아닌, 가족이라는 내면의 터전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시종일관 절제된 연출과 섬세한 감정 묘사로 진한 울림을 남긴다. 마지막에 제이콥이 미나리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성숙함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용기가 담겨 있다.

 

추천 이유

 ‘미나리는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이지만, 감독 정이삭의 한국계 이민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솔한 이야기로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가족, 뿌리, 정체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정갈하고도 섬세하게 다루며, 화려한 드라마틱함 없이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감정을 실감 나게 살리는 핵심 요소다. 스티븐 연은 아버지 제이콥의 내면을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했고, 한예리는 감정 억제를 통해 모니카의 현실감을 체화했다. 특히 윤여정은 할머니 순자 역할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녀의 유머와 따뜻함은 영화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감정의 온도였다.

 영화의 제목이자 중요한 상징인 미나리, 이민자의 삶이 처한 곤궁한 환경에서도 끈질기게 뿌리내리고 번성할 수 있다는 은유다. 미나리는 한국 음식 문화에서 흔한 식물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생존, 희망, 회복탄력성을 의미하는 존재로 확장된다.

 ‘미나리는 격렬한 전개나 강렬한 갈등보다는 삶의 결을 따라가는 섬세한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 안에 담긴 진정성과 가족의 의미는 국경을 넘어 모든 이들에게 가닿는 보편적 메시지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단순한 이민자 영화가 아닌, 한 인간의 성장과 가족의 연대를 그려낸 아름다운 서사로서 오래도록 회자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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